
면접을 앞두고 거울 앞에 서본 적이 있는가. 준비한 답변을 또박또박 말해보지만, 녹음된 내 목소리를 듣는 순간 움츠러든다. '내가 이렇게 말했나?' 싶을 정도로 어눌하고, 자신감 없어 보이는 목소리. 회사에서 발표할 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준비한 PPT지만, 막상 사람들 앞에 서면 말이 꼬이고 발음은 뭉개진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말만 좀 잘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수없이 느꼈다. 그러던 중 『한석준의 말하기 수업』을 만났다. KBS 간판 아나운서였던 저자가 24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책이라는 소개에 망설임 없이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의 핵심,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처음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하루 10분, 꾸준히 훈련하면 누구나 말 잘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이렇게 단언한다.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반복된 훈련이 말하기 실력을 만든다는 것. 이 책은 그 훈련법을 34가지로 정리해 제시한다. 발성과 발음 같은 기술적인 부분부터 위로와 거절 같은 상황별 대화법, 그리고 말에 품격을 더하는 태도까지. 말하기의 모든 것을 다룬다.
인상 깊었던 지점들
1. 발음 교정은 모음 훈련부터
"발음이 부정확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 '아, 에, 이, 오, 우' 다섯 개 모음만 제대로 훈련하라."
이 조언이 신선했다. 보통 발음 교정이라고 하면 복잡한 혀의 위치나 입 모양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저자는 모음만 정확히 해도 발음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고 말한다. 실제로 책에 수록된 QR코드를 통해 저자가 직접 시연하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됐다. 자음은 모음에 기대어 소리 나기 때문에, 모음의 정확도가 전체 발음의 명료도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아' 발음에 대한 설명이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내는 '아'는 대부분 정확한 '아'가 아니라는 것. 입을 충분히 벌리지 않고 대충 내는 소리라는 지적이 뼈아팠다. 거울을 보며 '아, 에, 이, 오, 우'를 정확히 발음하는 연습을 일주일간 해봤는데, 확실히 말이 또렷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2. 말끝을 흐리지 마라
"만만해 보이는 말투의 가장 큰 원인은 말끝을 흐리는 습관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화들짝 놀랐다. 평소 내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을 것 같아요~" 식으로 말끝을 흐리는 버릇이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말투가 상대방에게 자신감 없어 보이고, 만만하게 보이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한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마침표를 찍듯 문장의 끝을 분명하게 발음하는 것. 특히 '-다'로 끝나는 평서문에서 '-다'를 정확히 발음하되, 음높이를 살짝 낮춰 안정감 있게 마무리하라고 조언한다. "이 순간부터 저는 모든 문장을 끝까지 정확하게 말하겠습니다." 이 문장을 스마트폰으로 녹화하며 반복 연습하는 훈련법을 소개하는데, 실제로 해보니 확실히 달라진 내 목소리에 놀랐다.
3. 발표 울렁증, 오프닝 1분만 정복하라
"발표가 두렵다면 첫 1분만 100번 연습하라."
발표 울렁증이 있는 사람에게 희소식 같은 조언이다. 저자는 발표의 성패가 오프닝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첫 1분을 자신감 있게 시작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 반대로 시작이 흔들리면 계속 불안한 상태로 발표를 이어가게 된다.
그래서 제시하는 방법이 '오프닝 1분 집중 훈련'이다. 발표 전체를 다 외우려고 하지 말고, 인사와 주제 소개로 이어지는 첫 1분만 완벽하게 연습하라는 것이다. 실제 발표를 하듯 서서, 목소리 크기와 속도까지 조절하며 반복 연습하면 자신감이 붙는다. 이 방법으로 발표 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수강생의 사례가 소개되는데, 설득력이 있었다.
4. "넌 틀렸어"라고 말하지 마라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할 때는 '틀렸다'고 말하지 말고, 그저 질문하라."
이 조언은 직장 생활에 바로 적용 가능한 팁이었다. 저자는 "넌 틀렸어"라는 직접적인 지적이 상대방의 마음을 닫게 만든다고 말한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옳은 지적이라도, 부정어로 시작하면 상대는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대신 제안하는 방법은 질문이다. "방금 말씀하신 내용에서 이 부분은 무슨 뜻인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한데요?" 이런 식으로 틀린 부분을 질문으로 풀어내면, 상대방이 스스로 허점을 깨닫게 된다. 게다가 직접 비난하지 않고 넌지시 알려줬다는 점에서 신뢰까지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이 방법을 회의 시간에 적용해봤는데,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5. 복식호흡, 좋은 목소리의 시작
"듣기 좋은 목소리를 원한다면 복식호흡부터 시작하라."
발성의 기초인 복식호흡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잘못된 발성이 목을 상하게 하고, 그로 인해 더 듣기 거북한 목소리가 되는 악순환을 경고한다. 반면 복식호흡을 통한 바른 발성이 체화되면 자연스럽게 호감 가는 목소리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 얻는 부수적 효과에 대한 언급이었다. "남보다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일이 조금 미숙해도 박한 평가를 받지 않습니다. 남 앞에 나설 기회도 많아지고,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을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이 문장을 읽으며, 목소리가 단순히 소리를 넘어 사회적 자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웠던 점
책의 전반적인 구성과 내용은 만족스러웠지만, 몇 가지 아쉬움도 있었다.
첫째, QR코드를 활용한 영상 콘텐츠가 있다는 점은 좋았지만, 책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상세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볼 수 없는 환경에서는 훈련법을 정확히 따라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34가지 훈련법이 다양하게 제시되지만, 개인의 상황에 맞는 우선순위나 단계별 학습 로드맵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독자 입장에서는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될 수 있다.
셋째, 실제 훈련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이나 정체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꾸준히 연습하면 좋아진다"는 원칙은 맞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는 구체적인 동기부여 전략이 부족하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이다.
- 취업 준비생: 면접에서 자신감 있게 말하고 싶은 사람
- 직장인: 발표나 보고 상황에서 말을 더 잘하고 싶은 사람
- 리더: 팀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고 싶은 관리자
- 영업/서비스직: 고객과의 대화에서 호감을 얻고 싶은 사람
- 말하기 콤플렉스가 있는 모든 사람: 발음, 목소리, 말투 등에 자신이 없는 사람
특히 "타고난 재능이 없어서"라며 포기했던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 저자 자신도 훈련을 통해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게 됐고, 수천 명의 수강생이 변화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한 방법론임이 입증된 셈이다.
실천 계획
이 책을 읽고 당장 실천하기로 다짐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매일 아침 10분, 모음 발음 훈련
'아, 에, 이, 오, 우' 다섯 개 모음을 거울을 보며 정확히 발음하는 연습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녹음해서 변화를 체크할 것이다.
2. 말끝을 흐리지 않기
평소 대화할 때 문장의 끝을 분명하게 발음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업무 보고나 회의 시간에 '-다'를 정확히 발음하며 신뢰감을 줄 것이다.
3. 다음 발표 때 오프닝 1분 집중 훈련
발표 기회가 생기면 전체를 다 외우려 하지 말고, 첫 1분을 100번 연습하는 방식을 시도해볼 것이다.
마치며
"말하기에 자신이 생기면 인생이 바뀝니다."
저자의 이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책을 읽으며 실감했다. 우리 인생의 많은 순간이 '말'로 결정된다. 면접, 발표, 협상, 일상 대화까지. 말을 잘한다는 것은 단순히 유창하게 떠드는 능력이 아니다. 상대방에게 나의 생각과 감정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신뢰를 얻고, 관계를 맺어가는 능력이다.
『한석준의 말하기 수업』은 그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당장 오늘부터 실천 가능한 작은 훈련들. 하루 10분씩 꾸준히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달라진 내 목소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책을 덮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말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 역시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 타고난 재능을 탓하며 포기하지 말고, 오늘 하루 10분만 투자해보자. 말 한마디로 바뀌는 인생, 그 시작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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