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꽤 오랫동안 '일을 잘하는 법'을 담은 책들을 읽어왔다. 시간 관리, 업무 효율, 보고서 작성법, 회의 잘하는 법. 그런 책들을 읽고 나면 잠깐 동안 각성 상태가 되었다가, 며칠이 지나면 다시 원래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무언가 빠져 있었다. 기술이나 방법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걸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을 배웠고, 그렇게 일을 마쳤다》는 삼성, LG, 현대를 거친 한 임원이 자신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며 정리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화려한 성공담도, 대기업 내부의 비밀 폭로도 아니다. 오랜 시간 조직 안에서 일하며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 그리고 그 질문 끝에 남긴 판단의 기준들을 차분히 풀어낸 기록이다. 지난 2년여 동안 링크드인과 브런치를 통..
책으로 여는 세상
"한빛미디어 서평단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AI를 쓰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비슷한 순간을 겪는다. 처음에는 질문만 잘 받아줘도 신기하다. 요약도 빠르고, 정리도 깔끔하고, 코드도 제법 그럴듯하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생각이 바뀐다. 답은 잘 나오는데 실제 일은 여전히 내가 한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복사해서 붙여넣고, 파일 이름 정하고, 메일 문장 다듬고, 다시 확인하고 보내는 과정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픈클로 with GPT, 제미나이, 클로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하는 책이었다. “AI에게 무엇을 물어볼까”보다 “AI에게 무엇을 맡길까”를 다룬다. 읽으면서 제 머릿속에 계속 남아 있던 질문은 세 가지였다. 어디까지 일임해도 되는가, 보안은 정말 안전한가..
팀장 책인데 왜 읽었냐고 물으면, 솔직히 제목 때문이었다.나는 팀장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내가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팀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부서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맞춰야 하고, 윗사람에게는 보고해야 하고, 옆 사람과는 조율해야 하고, 아랫사람에게는 방향을 설명해야 한다. 결정권은 없는데 조율 책임은 있는 자리. 이 어정쩡한 위치에서 '어떻게 일을 잘 굴릴 것인가'를 늘 고민하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읽고 나서 깨달았다. 이 책은 팀장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책에서 가장 먼저 던지는 화두는 '언러닝(Unlearning)'이다. 배운 것을 지우고 새로 설계하는 것. 처음엔 리더십 유행어겠거니 했는데, 읽어가며 이 단어가 나에게도 정확히 적용된다는 걸 알게 됐다. 협..
"한빛미디어 서평단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 나는 '단순함'을 일종의 타협이라고 생각했다. 기능이 많아야 좋은 소프트웨어고, 라이브러리를 잘 활용할수록 숙련된 개발자라는 믿음. 무언가를 더 얹을수록 더 전문적으로 보인다는 착각. 아마 개발을 처음 배울 때부터 나도 모르게 내면화한 편견이었을 것이다. 그 편견을 정면으로 깨부수는 책이 왔다. 『실용주의 프로그래머』의 저자 데이비드 토머스의 신작 『미니멀리즘 프로그래머』다. 저자는 이렇게 묻는다. 11줄짜리 코드를 짜면 끝날 일을 왜 거대한 라이브러리를 설치해서 처리하려 하냐고. 읽는 순간 뜨끔했다. 나 역시 npm install을 입력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고, 프레임워크 없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을 오히려 ..
업무 현장이 바뀌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클라우드와 데이터로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는 DX(디지털 전환)가 화두였는데, 지금은 AI가 판단과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는 AX(AI 전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배경으로, 로봇이 물리적 현장 업무를 대신하는 RX(로보틱스 전환)가 이미 제조·물류 현장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DX가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옮겼다면, AX는 그 프로세스를 스스로 판단하게 만들었고, RX는 그 판단을 몸으로 실행하는 단계다. 이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세 전환 모두 결국 연산의 문제다.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복잡한 판단을,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지금의 반도체 기반 컴퓨터가 그 수..
3월 3일 월요일 오전, 코스피가 6000선 아래로 밀렸다. 이틀 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고, 시장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삼성전자가 하루에 9.88% 빠지고, SK하이닉스는 11.5% 떨어지며 지난달 24일 함께 돌파했던 '20만전자'와 '100만닉스'가 5거래일 만에 동시에 무너졌다. 이튿날은 더 심했다. 코스피가 12.06% 하락하며 2001년 9·11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됐다. 계좌가 며칠 새 두 자릿수로 녹아내리는 걸 보고 나서야 이 책을 집어 들었다.『1,000만 원으로 3년 안에 300만 원 월배당 만들기』.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이 아니었으면 아마 끝까지 안 읽었을 것이다. "매달 배당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라"는 얘기가, 시장이 잠잠할..
"한빛미디어 서평단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ChatGPT가 세상에 나온 지 2년이 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단순한 LLM 호출 코드 이야기보다 '에이전트'라는 단어가 훨씬 자주 들리기 시작했다.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도구를 선택하고, 작업을 완수한다는 개념이 더 이상 SF가 아닌 실무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에이전트를 만들어보려고 하면 막막하다. 랭체인 공식 문서는 영어에 버전 변경도 잦고, 유튜브 튜토리얼은 "일단 따라 하면 됩니다"에서 끝나버린다. 왜 이렇게 구성하는지, 실무에서 어떻게 확장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 막막함을 느끼던 차에 이 책을 만났다. 『AI 에이전트 마스터 클래스』 제목이 꽤 강하다. 과연 이 제목에 걸맞은..
솔직히 말하면, 스트레스 관리 책이라면 이미 손이 잘 안 간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마음챙김을 하세요', '번아웃을 조심하세요'. 이런 말들이 너무 익숙해진 탓이다. 서점에 가면 비슷한 제목의 책들이 줄지어 꽂혀 있고, 읽고 나면 '맞는 말이긴 한데…'라는 미지근한 감상만 남기 일쑤다. 그래서 『업시프트』를 처음 집어 들었을 때도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읽기 시작하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저자 벤 라말링검은 가자 지구, 수단,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 쓰나미 현장, 팬데믹 최전선을 일터로 삼아온 사람이다. UN, 적십자사,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20여 년을 일했다. 그는 비극의 현장에서 이상한 광경을 반복해서 목격했다. 누군가는 극한의 압박 속에서 무너지는데, 누군가는 오히려 더 창의적이고,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