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로 일한 지 몇 년이 지나면서 늘 고민되는 것이 있었다. 아이디어는 많이 내는데 왜 실제로 성과로 이어지는 기획은 많지 않을까? 좋은 기획서를 쓰는 것과 실제로 성공하는 기획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중에 만난 책이 바로 '기획은 결정이다'였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실무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언들로 가득하다는 점이다. 저자는 첫 페이지부터 명확하게 선을 긋는다. "기획은 사람을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아무리 창의적이고 참신한 아이디어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이 와닿는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현실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깊었던 부분은 "대중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기획 아이디어의 폭과 양이 늘어납니다"라는 문구였다. 기획자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 중 하나가 바로 자신만의 시각에 갇혀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것,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이 실제로는 소수의 의견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부터 좋은 기획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저자가 제시하는 기획자의 철학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현대 대중에게 필요한 본질적 메시지는 '희망' 아닐까 싶습니다. '미래는 반드시 좋아진다', '당신의 장래는 밝다'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일이라는 관점은 기획자로서의 사명감을 새롭게 느끼게 해주었다.
실무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유용한 팁들이 많았다. '가장 쉬운 기획법'으로 제시한 '바꾸기' 방법론은 당장 내일부터 적용해볼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접근이다. 하나만 바꾸기, 통째로 바꾸기, 목적 바꾸기라는 세 가지 방법으로 기존의 것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실용적이었다.
또한 '기획을 기획하기'라는 메타적 접근법도 흥미로웠다. 신상품 판매량을 늘릴 기획을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기획안을 모집하는 공모전을 기획하는 방식 말이다. 이런 관점의 전환은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책에서 제시하는 '기획이 술술 풀리는 10가지 노하우' 중에서도 특히 "상대방 머릿속에 구체적 이미지가 딱 떠오르게 하라"는 조언이 기억에 남는다. 기획서를 읽게 하지 말고 보게 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의 솔직함이다. "기획에 정답은 없다", "차별화에 집착하지 마라"같은 조언들은 기획자들이 흔히 빠지는 완벽주의나 과도한 차별화 추구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과 전달 방법만 바꿔도 전혀 다른 기획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은 많은 기획자들이 놓치고 있는 중요한 관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기획력을 만드는 5가지 능력(정보수용력, 연결력, 다작력, 섭외력, 완결력) 중에서도 '완결력'을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이 특히 와닿았다. "'밑져야 본전'이라 생각하자"는 조언과 함께, 기획을 끝까지 실현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실제로 많은 기획들이 중간에 포기되거나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완결까지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기획자의 역량이라고 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실패를 분석하는 것보다 많은 기획을 내놓는 쪽이 틀림없이 성공합니다"라는 문구는 기획자로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완벽한 기획 하나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하기보다는, 여러 개의 기획을 빠르게 시도해보고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기획에 대한 이론서가 아니라 실전 매뉴얼에 가깝다. 실무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언들로 가득하며, 기획자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셋부터 실제 기획을 성공시키는 방법까지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특히 기획업무를 하고 있지만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 고민인 분들이나, 좋은 아이디어는 있는데 실행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기획이란 결국 '결정'의 연속이며, 그 결정들을 통해 사람을 움직이고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저자의 메시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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