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름에 지친 현대인을 위한 생각의 혁명
우리는 빠른 시대를 살고 있다. 정보는 넘쳐나고, 알림은 쉴 새 없이 울리며, 멀티태스킹은 미덕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속도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있다. 바로 '깊이 있게 생각하는 능력'이다. 몰입 전문가 황농문 박사의 『슬로싱킹』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생각의 습관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할 것을 제안하는 책이다.
저자는 공학자이자 몰입 전문가로서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몰입적 사고를 지도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생각법인 '슬로싱킹(slow think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단순히 천천히 생각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몸과 마음은 스트레스 없이 편안한 이완 상태를 유지하되, 머리로는 생각의 끈을 1초도 놓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는 생각법이다. 언뜻 모순처럼 들리는 이 개념이 이 책의 핵심이자 매력이다.
생각의 습관이 인생을 바꾼다
책은 크게 네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생각의 습관을 바꾼 사람들의 실제 사례를 소개한다. 저자가 직접 지도한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슬로싱킹을 통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공통점은 처음에는 단순히 성적 향상이나 업무 성과를 위해 시작했지만, 그 과정에서 삶의 가치관까지 변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이들이 몰입을 통해 '해야만 하는 일'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일'로 바꿀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자기계발서의 뻔한 메시지가 아니다. 실제로 몰입의 과정 속에서 뇌가 변화하고, 그 변화가 일에 대한 태도와 감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24시간 멈춤 없이 훈련할 방법"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잠자는 시간마저도 뇌가 계속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한다는 슬로싱킹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이완과 집중의 놀라운 조화
두 번째 파트는 이 책의 이론적 토대를 다룬다. 저자는 뇌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왜 이완된 상태에서의 집중이 효과적인지를 설명한다. 핵심은 각성한 뇌와 이완한 뇌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각성 상태는 암기와 정보 저장에 유리하고, 이완 상태는 창의적 발상과 문제 해결에 유리하다.
"따라서 기억 저장 위주의 주입식 학습은 각성 상태에서, 기억 인출 위주의 생각하는 학습은 이완 상태에서 하는 것이 유리함을 알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은 우리가 왜 긴장한 상태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생각하고 졸다가 생각할 때 찾아오는 천재적 순간'에 대한 설명이다. 저자는 앉은 자세로 20분 정도의 선잠을 자고 다시 생각을 이어가는 방식을 권장한다. 이는 졸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졸음을 반가이 맞이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무의식이 문제 해결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천재들이 산책이나 휴식 중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일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저자는 불교의 간화선, 성리학의 '경' 개념, 그리고 서양의 명상법까지 동서양의 전통적인 수양법들이 모두 슬로싱킹과 맥을 같이 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역사적, 문화적 맥락은 슬로싱킹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인류가 오랫동안 다듬어온 보편적인 생각법임을 보여준다.
실천 가능한 구체적 방법론
세 번째 파트는 이 책의 실용적 가치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슬로싱킹 장기 몰입의 원칙 11'을 비롯해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다.
첫째, "자는 시간이 곧 복습하는 시간"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단순히 잠을 많이 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잠들기 전에 생각했던 문제를 의식의 무대에 올려두면, 잠자는 동안 무의식이 그 문제를 계속해서 다룬다는 것이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듯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전날 풀리지 않던 문제의 해답이 떠오르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둘째, "1초도 생각을 놓지 않는 연습"이 흥미롭다. 이는 단순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걸어 다니거나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서도 의식의 무대에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계속 올려두는 것이다. 이를 통해 24시간 내내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이것이 진정한 장기 몰입이 된다.
셋째, "무조건 암기보다 생각하고 이해할 때 오래 남는다"는 원칙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미지의 문제를 온전히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을 강조하는데, 이는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직장인을 위한 '자투리 슬로싱킹' 개념도 실용적이다. 저자는 업무 환경이 산만한 직장인들에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할 것을 권한다. 이는 시간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어차피 버리는 시간"을 활용하면 부담감 없이 편안하게 슬로싱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잇과 무한 반복 기법 등 구체적인 팁도 제시한다.
인간만의 역량, 창의성을 깨우다
네 번째 파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욱 중요해진 창의성에 대해 다룬다. 인공지능이 많은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시대, 저자는 인간의 두뇌만이 가진 창의성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금은 땀방울이 아니라 영감이 필요한 시대"라는 저자의 말은 우리 시대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저자는 재능과 창의성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주장한다. 미숙아로 태어난 아인슈타인, 뉴턴, 처칠 등의 사례를 들며, 천재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임을 강조한다. 헝가리 현상이나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 사례를 통해, 적절한 교육 환경과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직접 지도한 제자들의 변화 사례다. 6개월 만에 창의성 인재로 거듭난 제자 J의 이야기, 꼴찌 중학생과의 3,000시간 슬로싱킹 이야기는 슬로싱킹의 실제 효과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불안과 초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두뇌를 완벽하게 가동한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몰입을 넘어 자아실현으로
이 책이 단순한 학습법이나 업무 효율성 향상 도구를 넘어서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슬로싱킹을 체험한 사람들은 일관되게 삶의 의미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학생은 "그냥 제가 제일 행복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라고 말했고, 다른 이는 "몰입은 '가장 특별한 나'로 살게 하는 힘"이라고 표현했다.
저자는 이를 자아실현의 경지라고 말한다. 슬로싱킹을 통해 "문제를 생각하는 행위 자체에서 흥분과 재미가 느껴지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기적 같은 아이디어가 높은 빈도로 떠오른다. 그럴 때마다 희열과 전율이 느껴진다." 이는 단순히 성과를 내는 것을 넘어, 일하고 공부하는 바로 그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여 행복을 느끼는 경지다.
특히 "의도적인 몰입과 슬로싱킹을 통해 우리는 의식의 무대 위를 내게 필요한 내용으로 원하는 만큼 채울 수 있게 된다"는 저자의 말은 슬로싱커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슬로싱커란 곧 "인생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 인생을 이끌어가는 사람"인 것이다.
실천의 문턱을 낮추다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슬로싱킹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는 것이다. "방법만 알면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책은 독자들이 실제로 따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단계별로 제시한다.
예를 들어, 잡념이 떠오르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몰입도가 낮을 때 잡념이 떠오르는 것은 정신을 못 차렸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법칙처럼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잡념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즉시 원래 생각하던 문제를 다시 의식의 무대에 올리면 된다. 이러한 현실적이고 친절한 조언들이 독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생각의 기술
『슬로싱킹』은 단순히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서가 아니다. 이 책은 빠름에 지치고, 산만함에 시달리며, 불안과 번아웃에 허덕이는 현대인들에게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생각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슬로싱킹은 역설적이게도 천천히 생각함으로써 더 빠르고 탁월한 결과를 얻는 방법이다. 이완하되 집중하고, 쉬되 생각하며, 편안하되 놓지 않는 이 생각법은 우리 뇌의 작동 방식에 최적화된 방법이다.
특히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인간만의 고유한 역량인 창의성과 영감을 개발하는 것이 절실한 지금, 슬로싱킹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단순 지식이나 정보 처리는 AI가 대체할 수 있지만, 깊이 있는 사고와 창의적 통찰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는 것은 슬로싱킹이 단지 성과를 내는 도구가 아니라,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의 습관이 바뀌면 일하는 방식이 바뀌고, 일하는 방식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행복이 된다.
"이 문제는 너처럼 생각하면 안 돼. 급하게 생각하지 마. 천천히, 느긋하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생각해야 풀리는 거야." 책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이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빠르게 달려가는 것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천천히 깊이 있게 생각하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은 단순한 자기계발서를 넘어 삶의 철학을 제시하는 책이다. 일과 공부에서 진정한 몰입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 창의성을 개발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하는 과정 자체에서 행복을 느끼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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