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ChatGPT가 나온 지 2년이 넘었다. 처음엔 신기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코드도 짜달라고 하고, 번역도 시켜봤다. 그런데 실무에 적용하려고 하니까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틀린 정보를 자신만만하게 말하거나, 방금 전 대화 내용을 까먹고 모순된 답변을 하거나, 심지어 없는 논문이나 웹사이트를 지어내기도 했다. 이게 바로 '할루시네이션'이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정말 골치 아픈 문제다. 고객한테 보여줄 서비스에 이런 걸 그대로 쓸 순 없으니까. 그래서 LLM을 실제 프로덕션에 넣으려면 뭔가 더 필요하다는 건 알겠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 정확히 내가 고민하던 문제를 콕 집어준다. '할루시네이션을 줄여주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솔직히 처음엔 '또 프롬프트 잘 쓰는 법 알려준다는 책인가?' 싶었는데, 읽어보니 완전히 달랐다.
버그가 아니라 특성이라고?
이 책의 관점이 흥미로웠다. 대부분 사람들은 할루시네이션을 '버그'나 '결함'으로 본다. 당연히 없애야 할 것처럼. 그런데 저자는 다르게 접근한다. 할루시네이션은 LLM의 창조적 특성이고,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며, 대신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이해가 됐다. LLM이 창의적인 답변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끔 말도 안 되는 걸 지어내는 것도 사실 같은 메커니즘에서 나온다. 그래서 할루시네이션을 완전히 없애려고 하면 창의성도 같이 죽어버린다. 중요한 건 밸런스를 맞추는 거고, 이걸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거다. 이런 관점의 전환이 이 책을 다른 프롬프트 가이드북과 구분 짓는 지점이다.
기초부터 차근차근, 그런데 깊이 있게
1장에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뭔지, LLM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부터 시작한다. Google Colab 세팅하는 법, OpenAI API 키 발급받는 법까지 스크린샷과 함께 설명한다. 이 정도면 진짜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따라할 수 있겠더라.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제로샷, 퓨샷, CoT 같은 기본 기법을 설명할 때도 그냥 '이렇게 쓰면 됩니다'가 아니라 '왜 이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한다. 이게 생각보다 중요하다. 나중에 내 프로젝트에 적용할 때 원리를 알아야 응용이 가능하니까. 2장부터 본격적으로 할루시네이션 이야기가 나온다. 할루시네이션을 사실적, 논리적, 문맥적으로 나눠서 설명하는데, 이 분류가 실용적이다. 실제로 내가 마주쳤던 문제들이 정확히 이 카테고리에 들어맞았다. '아, 이게 이런 종류의 할루시네이션이었구나' 하고 이해하니까 대응 방법도 명확해졌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셀프 어텐션 메커니즘 설명이다. 솔직히 트랜스포머 구조는 논문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 책에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필요한 만큼만 설명한다. 덕분에 '아, 그래서 프롬프트 앞부분이 중요하구나', '이래서 문맥을 명확히 해야 하는구나' 같은 실용적인 인사이트를 얻었다.
실전 기법들: 이제 진짜 쓸 수 있겠다
자기 일관성(Self-Consistency), CoT, CoVe(Chain-of-Verification) 같은 기법들은 이름만 들어봤는데, 이 책에서 실제 코드와 함께 구현해보니까 확실히 이해됐다. 특히 CoVe는 신기했다. 모델이 답변을 생성한 다음에 스스로 검증 질문을 만들고, 그걸 다시 확인하는 방식인데, 실제로 해보니 오류가 눈에 띄게 줄었다. 3장 가면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 랭체인, ReAct, 리플렉션, 멀티 에이전트까지. 솔직히 이 부분은 한 번 읽어서는 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좋았던 건 각 개념을 설명할 때마다 '왜 이게 필요한가'를 먼저 설명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 설명할 때, 단일 에이전트의 한계를 먼저 보여주고, 그래서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는 흐름으로 가니까 납득이 됐다. 프롬프트 가드레일 부분도 실무적으로 유용했다. ShieldGemma 같은 도구로 출력 내용을 검증하는 방법, 다계층 가드레일 아키텍처 구축하는 법 등. 이런 건 다른 책에서는 잘 안 다루는 내용인데, 실제 서비스 만들 때 꼭 필요한 부분이다.
RAG는 이제 필수인데,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
4장 RAG 부분은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많이 됐다. RAG가 뭔지는 알고 있었고, 벡터 DB도 써봤는데, 막상 제대로 구현하려니 생각보다 고려할 게 많더라. 이 책은 임베딩, 벡터 저장소, 청크 사이즈, 검색 전략까지 하나하나 짚어준다. 특히 지식 그래프를 RAG와 결합하는 부분은 처음 봤다. Neo4j 같은 그래프 DB를 사용해서 구조화된 지식을 관리하고, Text-to-Cypher로 자연어 질문을 그래프 쿼리로 변환하는 방식. 복잡한 도메인 지식을 다뤄야 하는 프로젝트라면 정말 유용할 것 같다.
다만 이 부분은 난이도가 있다. Neo4j나 Cypher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따라하긴 어려울 수 있다. 책에서 기본은 설명해주지만, 좀 더 깊이 활용하려면 별도로 공부가 필요할 듯하다. RAG 체인, 라우터 체인, 자기 교정 RAG 루프 같은 고급 패턴들은 '아, 이렇게까지 할 수 있구나' 싶었다. 단순히 벡터 검색해서 컨텍스트에 넣는 게 전부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른 전략을 쓰거나, 결과를 검증하고 재시도하는 등 훨씬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실전 프로젝트: 이론을 실제로 만져보기
5장 프로젝트 세 개가 이 책의 하이라이트다. 백과사전 챗봇, 실시간 Q&A 에이전트, 주식 트렌드 분석 에이전트. 앞에서 배운 개념들을 여기서 다 써먹는다. 주식 트렌드 분석 에이전트가 제일 흥미로웠다. 실시간 뉴스 수집하고, 여러 소스 통합하고, 신뢰성 검증하고, 최종 분석 리포트 만드는 전 과정을 구현한다. 단순한 튜토리얼이 아니라 실제 서비스 수준의 고민들(에러 처리, 타임아웃, API 제한, 결과 검증 등)이 다 들어가 있다. 물론 따라하는 게 쉽진 않다. 특히 API 키 여러 개 필요하고, 환경 세팅도 복잡하고. 그래도 끝까지 완성하고 나면 '내가 AI 에이전트를 만들었다'는 성취감이 있다. 그리고 이걸 기반으로 내 아이디어를 추가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누가 읽으면 좋을까
파이썬 기본은 할 줄 알아야 한다. 변수, 함수, 클래스 정도는 이해하고 있어야 예제 코드를 따라할 수 있다. 머신러닝 기초(학습, 추론, 토큰 같은 개념)도 알면 더 좋다. LLM을 실무에 써보려는 개발자에게 딱이다. ChatGPT 써보고 '이거 우리 서비스에 넣고 싶은데 어떻게 하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답을 줄 것이다. 이미 LLM 프로젝트를 해본 사람도 배울 게 많다. 나도 간단한 챗봇 정도는 만들어봤는데, RAG 체인이나 멀티 에이전트 같은 고급 패턴은 이 책에서 처음 제대로 배웠다. AI 스타트업이나 AI 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팀원들이 이 책을 같이 읽고 스터디하면 공통 언어가 생기고, 시스템 설계할 때 의사소통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
결론: 지금 필요한 책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기술 서적은 금방 낡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특정 API 사용법이나 라이브러리 버전에 얽매이지 않고, 근본적인 원리와 패턴을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할루시네이션을 제어하는 방법, 외부 지식을 통합하는 전략, 에이전트 설계 패턴, 평가와 모니터링의 중요성. 이런 개념들은 다음 모델이 나와도, 다음 세대 모델이 나와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든 생각은, '아, 이 책을 1년 전에 만났더라면' 이었다. 그동안 시행착오 겪으면서 배운 것들이 이 책에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동시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접근법들도 많이 배웠다.완벽한 책은 아니다. 좀 더 깊게 다뤘으면 하는 부분도 있고, 실무적인 팁이 더 있었으면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LLM 실무 개발을 다룬 책 중에서는 단연 최고다. LLM을 실무에 적용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한다. 단순히 AI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내 책장에는 이미 AI 관련 책이 여러 권 있지만, 이 책은 그중에서도 계속 꺼내보게 될 것 같다. 실전 프로젝트 시작할 때마다 참고하게 될 레퍼런스 북이 될 것 같다는 말이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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