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마음은 마치 수많은 창이 동시에 열린 컴퓨터처럼 복잡하다. 일에 대한 걱정, 인간관계의 고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끊임없이 뇌리를 맴돌며 우리를 지치게 한다. 임태환 작가의 『단순해지는 연습』은 바로 이런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해법이다. 이 책은 단순히 미니멀 라이프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생각의 미로에서 벗어나는 근본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복잡함에 중독된 우리
작가는 우리가 왜 이토록 복잡하게 사는지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는다. "인간이 단순함을 지루해하기 때문"이라는 그의 진단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복잡함이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다고 여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 멀티태스킹을 능력으로 포장하고, 바쁨을 성취의 지표로 착각한다.
특히 일에 대한 생각이 많을 때 우리는 더욱 복잡한 함정에 빠진다.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뒤엉키고,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이 중요하다고 느낀다. 작가가 말하는 "자신을 착취할 권리가 있다"는 표현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혹사시키면서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단순함의 진정한 의미
하지만 작가가 제시하는 단순함은 게으름이나 무기력함과는 다르다. 등산의 비유를 통해 설명하는 '평지의 행복감'은 단순함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고저 없이 완만하고 평평한 상태, 그 순간의 평온함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잠시라도 머물 수 있는 평지 같은 마음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딥 심플리시티(Deep Simplicity)' 개념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이는 단순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깊은 지혜가 담긴 상태를 말한다. 일의 본질만 남기고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바로 이런 단순함이다.
실천 가능한 6가지 법칙 중 3가지
작가가 제시하는 단순함의 6가지 법칙은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도구들이다.
유사성(Similarity) 법칙을 통해 우리는 비슷한 성격의 일들을 묶어서 처리할 수 있다. 이메일 확인, 전화 응답, 보고서 작성 등 유사한 업무들을 특정 시간대에 집중해서 처리하면 뇌의 전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무시(Ignore) 법칙은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기술 중 하나다.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려 하지 말고, 의도적으로 모르는 척, 보지 못한 척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뉴스를 다 알 필요도 없고, 모든 메신저에 즉시 답할 필요도 없다.
현재(Present) 법칙은 특히 일로 인한 고민이 많을 때 유용하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문제를 미리 걱정하거나, 이미 지나간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서 곱씹는 대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생각을 단순화하는 실용적 방법
책의 5장에서 제시하는 생활 팁들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매우 실용적이다. 특히 '나를 알아가는 글쓰기'는 머릿속을 맴도는 복잡한 생각들을 외부로 끄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생각이 많을 때 그것들을 글로 써내려가면, 막연했던 걱정들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게 되고, 해결 가능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뇌의 부하를 줄이는 기록' 역시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다. 모든 것을 기억하려 하지 말고 중요한 것은 기록하여 뇌의 저장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할 일 목록, 아이디어 메모, 업무 일지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면 머릿속이 한결 깔끔해진다.
거절의 기술과 선택의 힘
"나는 거절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표현은 단순함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모든 것에 '예스'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복잡해지고 무거워진다. 중요하지 않은 일, 내가 잘할 수 없는 일, 가치관에 맞지 않는 일들을 과감히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작가는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는 선택은 당신의 삶을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 풍요롭게 한다"고 말한다. 이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프로젝트에 참여하려 하지 말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큰 성과를 가져온다.
고도의 단순함을 향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시하는 '단순함은 고도의 복잡함'이라는 개념은 매우 흥미롭다. 진정한 단순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복잡함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숙련된 요리사가 복잡한 과정을 거쳐 만든 음식을 단순하고 깔끔하게 완성하는 것처럼 말이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데이터를 분석한 후에야 비로소 핵심만을 추려내는 단순함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고도화된 단순함은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연습과 성찰을 통해 만들어진다.
결론: 가벼운 현재의 무게
『단순해지는 연습』이 제시하는 가장 큰 가치는 "가벼운 현재의 무게만 짊어지고 미래를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일로 인한 복잡한 생각들, 미래에 대한 불안들을 모두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삶을 단순하게 살라는 뻔한 조언을 하지 않는다. 대신 왜 우리가 복잡해지는지, 어떻게 하면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일에 치여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는 모든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마치 등산길의 평지처럼 잠시 숨을 고르고 방향을 재정비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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