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3일 월요일 오전, 코스피가 6000선 아래로 밀렸다. 이틀 전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고, 시장은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삼성전자가 하루에 9.88% 빠지고, SK하이닉스는 11.5% 떨어지며 지난달 24일 함께 돌파했던 '20만전자'와 '100만닉스'가 5거래일 만에 동시에 무너졌다. 이튿날은 더 심했다. 코스피가 12.06% 하락하며 2001년 9·11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서킷브레이커가 이틀 연속 발동됐다.
계좌가 며칠 새 두 자릿수로 녹아내리는 걸 보고 나서야 이 책을 집어 들었다.
『1,000만 원으로 3년 안에 300만 원 월배당 만들기』. 주가가 요동치는 상황이 아니었으면 아마 끝까지 안 읽었을 것이다. "매달 배당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라"는 얘기가, 시장이 잠잠할 때는 그냥 재테크 유튜브 멘트처럼 들렸을 테니까. 근데 이틀 연속으로 서킷브레이커가 걸리는 걸 보고 나니 달랐다. 이런 장이 올 때 어떤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훨씬 구체적으로 느껴졌다.
첫 번째 질문: 그래서 지금 주식을 해야 하는가
이란 전쟁 충격으로 코스피가 이틀간 18% 넘게 빠지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역시 주식은 못 하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 감정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 질문을 뒤집어보면 이렇게 된다. 주식을 안 하면 그 돈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예금 금리는 이미 2%대다. 부동산은 진입 비용과 유지 비용이 만만치 않고, 임차인 관리라는 노동이 따라온다. 저자가 단기 임대 사업을 접은 이유가 바로 그거였다. 공실 걱정, 기물 파손, 밤늦게 날아오는 문의 메시지. 몸이 계속 투입돼야 돌아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결국 '시간을 파는 일'과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선택지는 결국 자본을 어떤 자산에 묶어두느냐의 문제다. 이란 전쟁 같은 충격이 오면 주식도 크게 빠진다. 하지만 한국이 원유의 70%, LNG의 20%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구조인 이상, 유가 충격은 물가를 통해 현금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도 조용히 영향을 미친다. 자산을 어딘가에 두지 않는 것 자체가 선택이고, 그 선택에도 비용이 있다. 주식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결국 "그 대안이 진짜로 더 안전한가"를 먼저 따져봐야 답이 나온다.
두 번째 질문: 주식이라면, 개별 종목인가 ETF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얘기로 돌아가보자. 두 종목은 코스피 시가총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주다. 그 무게감 때문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이건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틀간 각각 20% 가까이 빠졌다. 반도체 업황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중동 전쟁이라는 전혀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이게 개별 종목의 문제다. 기업 자체가 아무리 견조해도, 외부 변수가 터지면 가장 유동성이 높은 자산부터 팔린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현금을 회수할 때 가장 빠르게 팔 수 있는 게 대형주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그 1순위였다. 기업을 잘 골랐어도 시장 구조 때문에 먼저 맞는다.
ETF는 이 문제를 다르게 접근한다. 한 종목에 집중하지 않고 여러 자산을 묶어두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크게 빠져도 전체가 같은 속도로 무너지지는 않는다. 이 책이 미국 ETF를 선택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S&P500 ETF 하나를 사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를 비롯한 500개 기업에 분산된다. 내가 종목을 고르는 실력이 없어도 되고, 한 기업의 악재가 터져도 포트폴리오 전체가 흔들리지 않는다.
물론 ETF도 시장 전체가 빠지면 같이 빠진다. 이번 이란 충격 때 JEPQ도 일시적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개별 종목은 기업이 사라질 수 있지만, 미국 시장 전체를 담은 ETF가 '0'이 되려면 미국 경제 자체가 붕괴해야 한다. 위험의 성격이 다르다.
세 번째 질문: ETF라면, 성장형인가 배당형인가
ETF 안에서도 선택지가 나뉜다. 지수를 그냥 추종하는 성장형 ETF냐, 아니면 배당을 뽑아내는 인컴형 ETF냐.
성장형 ETF의 논리는 단순하다. 시장이 오르면 같이 오르고, 오른 만큼 수익을 본다.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한다는 믿음이 전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이번 같은 상황에서 그 논리가 작동하려면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가 이틀에 20% 빠진 걸 보고 "언젠가 오르겠지"라고 버티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특히 그 돈이 당장 필요한 생활비와 연결돼 있을 때는 더더욱.
이 책이 제안하는 배당형 ETF의 핵심은 바로 거기에 있다. 주가가 빠져도 배당은 들어온다. JEPI는 3월에도 주당 배당이 나왔다. SCHD는 올해 1분기에 15% 넘게 올랐는데도 배당은 그대로 지급됐다. 수익률로 싸우는 포트폴리오는 장이 빠지면 심리도 같이 빠진다. 현금흐름으로 버티는 포트폴리오는 장이 빠지는 동안에도 통장에 숫자가 찍힌다. 이게 행동에서 차이를 만든다. 커뮤니티마다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요"라는 글이 넘쳐나는 동안, 배당 투자자들은 그 선택을 덜 고민한다.
저자가 커버드콜을 "주식을 월세 받는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표현한 건, 이 심리적 차이를 꽤 정확하게 짚은 비유다. 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을 들고 있는 사람이 부동산 가격이 잠깐 빠진다고 당장 팔지는 않는다. 매달 현금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행동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실제로 제안하는 것
책은 배당 ETF, BDC, 커버드콜 ETF를 조합해 단기에 높은 현금흐름을 만드는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가 2025년에 실제로 운용한 월별 세후 배당금도 공개돼 있어서, 이론이 아닌 실제 운용 결과를 검토할 수 있다. 4장에서 제시하는 포트폴리오 구성과 전환 전략도 꽤 현실적이다.
걸리는 부분도 있다. 목표 수익률로 제시하는 연 60%는 공격적이다. 지금 시장에서 그걸 달성하려면 NVDY, MSTY 같은 초고배당 커버드콜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번 이란 충격처럼 기초자산이 크게 흔들리면 분배금도 같이 꺼진다. 세금 문제도 현실적인 변수다. 월 300만 원이면 연 3,600만 원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구간을 넘고,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도 흔들릴 수 있다. ISA나 연금저축 계좌 활용에 대한 내용이 좀 더 같이 다뤄졌다면 좋았을 것 같다.
흔들리는 시장 속에서,,,
코스피가 이틀간 18% 빠지는 걸 보고 나서야 이 책을 찾았다. 시장이 조용할 때는 "언제든 팔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하루에 10% 빠지는 걸 직접 보고 나면 질문이 달라진다. 나는 이 상황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는가.
이 책이 말하는 건 결국 그거다. 주식을 하되, 개별 종목에 올인하지 말고, ETF로 분산하되, 거기서 현금흐름을 뽑는 구조를 만들어라. 거창한 주장이 아니다. 그냥 살아남는 구조를 먼저 만들자는 얘기다.
수익률 목표나 포트폴리오 구성은 자기 상황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책이 제안하는 숫자를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그 뒤에 있는 논리를 이해하는 용도로 읽으면 훨씬 값어치가 있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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