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가 등장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AI 교육 시장은 혼란스럽다. 기업들은 "우리도 AI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AI 교육 사업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가장 답답했던 건 바로 이 지점이다.
AI 교육은 단순히 도구 활용법을 배우는 것부터 시작해서, 업무 프로세스에 AI를 접목하는 전략적 활용, 나아가 직접 AI 모델을 개발하고 튜닝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매일 새로운 AI 도구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 모든 레벨을 아우르는 교육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GPT-4o 활용법', '파인튜닝 실습', '머신러닝 파이프라인 구축' 같은 커리큘럼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획자의 전부인 것 같았다. 하지만 저자가 25년간 네이버, 삼성전자, 요기요, 빗썸 등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한 27가지 질문은 이런 근시안적 접근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나침반이었다.
기술이 아닌 '변화'를 기획하라
저자가 강조하는 "기획은 문서가 아니라, 흐름을 바꾸는 일이다"라는 말이 특히 AI 교육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AI 기초 과정', 'AI 활용 실무 과정', 'AI 개발자 과정' 같은 커리큘럼은 사실 각 레벨에 필요한 기술들을 나열한 매뉴얼에 가까웠다.
하지만 진짜 AI 교육의 목표는 학습자가 자신의 목적에 맞는 AI 역량을 체계적으로 쌓아가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케팅 담당자라면 ChatGPT 사용법을 배우는 것(도구 활용)에서 시작해서, AI를 마케팅 전략에 접목하는 방법(전략적 활용)을 익히고, 나아가 자사 데이터로 맞춤형 마케팅 AI 모델을 구축하는 것(기술적 구현)까지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기획자는 단순히 각 레벨의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학습자의 현재 상황과 목표에 따라 최적의 학습 경로를 설계하는 전략가여야 한다.
AI 교육 기획에 필요한 핵심 질문들
책을 읽으면서 AI 교육 사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질문들을 정리해봤다:
고객 관점의 질문들:
- "이 교육을 받은 후 학습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다르게 할 수 있을까?"
- "AI 도구 활용, 전략적 적용, 직접 개발 중 어떤 레벨의 역량이 가장 필요한가?"
- "겉으론 'AI 교육'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무엇이 두려워서 교육을 받으려 하는 걸까?"
비즈니스 관점의 질문들:
- "3개월 후 AI 기능이 업데이트되면 우리 교육 내용은 어떻게 될까?"
- "AI 교육의 효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 "단순 활용자와 AI 개발자 사이의 스킬 갭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특히 "겉으론 말하지 않지만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AI 교육 기획에서 정말 중요하다. 기업들이 AI 교육을 도입하려는 표면적 이유는 '생산성 향상'이지만, 실제로는 '경쟁사 대비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나 '개발 의존도를 줄이고 싶은 욕구' 또는 '내부 AI 역량을 확보하고 싶은 전략적 목표'가 더 큰 동기일 수 있다.
실전에서 검증한 질문의 힘
이 책의 질문들을 실제 AI 교육 기획에 적용해보니 확실히 다른 결과가 나왔다. 예전에는 "GPT 활용법 8시간 과정"이라는 식으로 기능 중심의 커리큘럼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AI 역량 로드맵: 활용부터 개발까지"라는 성장 중심의 프로그램을 설계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달라진 기획 프로세스:
- 문제 정의 단계: "AI 교육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으면, 먼저 "어떤 레벨의 AI 역량이 왜 지금 필요한가?"를 깊이 파고든다.
- 타겟 분석 단계: 단순히 '직장인'이 아니라 "현재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AI로 무엇을 구현하고 싶은 사람인가?"를 구체적으로 정의한다.
- 교육 설계 단계: "이 기능을 가르치면 좋겠다"가 아니라 "이 역량을 기르면 다음 단계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한다.
- 효과 측정 단계: "만족도 조사"가 아니라 "실제 AI 구현 능력 향상"을 측정할 방법을 고민한다.
AI 시대 기획자의 새로운 역할
AI가 많은 업무를 자동화하고 있지만, 오히려 기획자의 역할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기획자의 핵심 역량이 되었기 때문이다.특히 AI 교육 분야에서는 기술적 변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6개월 전에 기획한 ChatGPT 교육 과정이 지금은 이미 구식이 된 상황에서, 우리는 변하지 않는 본질적 질문들을 찾아야 한다. "이 AI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보다는 "이 기술로 우리의 문제 해결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전자는 몇 달 후면 무의미해지지만, 후자는 어떤 AI 도구가 나와도 유효한 질문이다.
체계적인 교육 설계를 위한 질문 체크리스트
책의 27가지 질문 중 AI 교육 기획에 특히 유용한 것들을 정리하면:
기획 초기 단계:
- 이 교육은 무엇을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가?
-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
- 이 교육이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교육 대상 분석:
- 학습자는 정확히 누구인가?
- 이들이 AI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은 무엇인가?
- 이들의 현재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되는가?
교육 내용 설계:
- 이 내용이 실제로 업무에 적용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 학습자가 가장 어려워할 부분은 무엇인가?
- 교육 후 즉시 실행할 수 있는 액션 아이템은 무엇인가?
성과 측정:
- 교육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 6개월 후에도 유효한 학습 성과는 무엇인가?
마케팅과 세일즈에서의 활용
AI 교육 사업에서 이 책의 질문들이 특히 도움이 된 영역은 마케팅과 세일즈다.
마케팅 관점:
- "우리 교육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 "이들이 우리를 찾아오는 여정은 어떻게 될까?"
- "경쟁사 대비 우리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세일즈 관점:
- "고객이 결제 버튼을 누르기 직전에 드는 의문은 무엇일까?"
- "교육 효과에 대한 고객의 기대치는 현실적인가?"
- "의사결정자와 실사용자가 다를 때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교육 현장에서 달라진 접근법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교육 설계와 강사진, 운영팀과의 협업 방식이다. 예전에는 "이 커리큘럼을 언제까지 완성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면, 이제는 "이 내용이 정말 학습자의 업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를 먼저 논의한다. 특히 AI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단순히 도구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학습자의 사고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 변화를 우선순위로 두고 질문을 던지니 훨씬 본질적인 교육 설계가 가능해졌다.
결론: 질문이 만드는 AI 교육의 미래
AI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특히 "AI 도구 활용법을 가르치는 것", "AI 전략적 활용 역량을 기르는 것", "AI 모델링 기술을 습득하는 것"의 차이를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의 질문들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사람의 학습 방식과 성장 경로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좋은 질문을 통해 이런 변하지 않는 본질을 파악하고, 그 위에서 변화하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진정한 AI 교육 기획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AI 교육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기획자만이 의미 있는 교육을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최신 도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자신만의 AI 역량을 체계적으로 쌓아갈 수 있도록 성장 경로를 제시하는 교육 말이다. 이 책의 27가지 질문이 그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특히 AI라는 불확실한 영역에서 다양한 레벨의 교육을 기획하는 우리에게는 더욱 소중한 나침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오늘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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