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꽤 오랫동안 '일을 잘하는 법'을 담은 책들을 읽어왔다. 시간 관리, 업무 효율, 보고서 작성법, 회의 잘하는 법. 그런 책들을 읽고 나면 잠깐 동안 각성 상태가 되었다가, 며칠이 지나면 다시 원래 방식으로 되돌아갔다. 무언가 빠져 있었다. 기술이나 방법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걸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일을 배웠고, 그렇게 일을 마쳤다》는 삼성, LG, 현대를 거친 한 임원이 자신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며 정리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화려한 성공담도, 대기업 내부의 비밀 폭로도 아니다. 오랜 시간 조직 안에서 일하며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 그리고 그 질문 끝에 남긴 판단의 기준들을 차분히 풀어낸 기록이다. 지난 2년여 동안 링크드인과 브런치를 통해 연재되며 수많은 팔로워를 낳고, 종이책으로 출간되기를 많은 사람이 손꼽아 기다린 책이기도 하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 책을 기다렸을까? 읽고 나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일은 배우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머리를 때린 문장이 있다.
"업무를 배우려고 하지 마세요. 일은 배우는 게 아닙니다. 맡은 일의 본질을 고민해서 본인의 생각대로 하세요."
처음엔 반감이 들었다. 신입이 자기 생각대로 일을 한다는 게 가능한가? 조직에서는 선배의 방식을 배우고 익혀야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저자의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이 말의 진짜 의미가 드러난다. 일을 배워서 선배처럼 일한다면, 당장은 칭찬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면 그 사람은 조직에서 '또 한 명의 헤드카운트(Headcount)'가 될 뿐이다. 훌륭한 인재를 뽑아 놓고 헤드카운트로 쓰는 건 낭비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 본인도 사회초년생 시절, 야단을 많이 맞지 않은 이유를 한참 뒤에 팀장에게 물었다. 팀장의 대답은 이랬다. "내가 볼 때 넌 일을 곧잘 했어. 네 생각대로 열심히 뛰었잖아. 난 그게 좋았어." 팀장은 그를 가르치려 하지 않았다. 새싹을 밟지 않고, 스스로 성장할 시간을 줬다. 그리고 저자는 그게 지금도 고맙다고 쓴다.
이 장면이 오래 남았다. 나는 그동안 일을 '배우려고' 했던 건 아닐까. 선배의 보고서 양식을 그대로 쓰고, 회의에서 선배가 말하는 방식을 따라 하고, 기존 방식을 익히는 것 자체를 일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지는 않았을까. 저자는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가? 그 방식이 진짜 '나'의 것인가?
복잡하다면, 아직 모르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원칙이 있다. "복잡하다면 모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명제처럼 보이지만, 이 문장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함축한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는 건, 아직 그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했다는 뜻이다.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말하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고,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말하는 데는 내공이 필요하다. 그 내공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는 사고력에서 나온다. 저자는 이것을 '지식의 저주'라는 표현으로 설명한다. 아는 것을 쓰고 싶고, 힘들게 쓴 것은 버리기 싫다는 욕망이 글을, 그리고 말을 복잡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보고서 작성, 회의에서의 발언, 고객에게 설명하는 방식 등 일상의 거의 모든 장면에서 적용된다. 저자는 보고서를 쓰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먼저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결론과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로 직진하라고. 불필요한 정보를 가릴수록 메시지는 선명해진다고. 단순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내공의 표현이다. 이 문장 하나가 내가 그동안 작성해 온 수많은 두꺼운 보고서들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기능 중심 사고 vs 목적 중심 사고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챕터 중 하나는 '기능인가 목적인가?'다.
저자는 기술 기반으로 신사업을 만들 수 있는 경우를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목적 달성을 위해 새로운 수단을 제공하여 신기함을 주는 경우. 둘째, 기존보다 더 편한 수단을 제공하여 편리함을 주는 경우. 셋째, 불필요한 수단을 제거하고 바로 목적을 달성하게 해주는 경우. 앞의 두 가지는 기능 중심의 사고이고, 세 번째가 목적 중심의 사고다.
그리고 결정적인 통찰이 따라온다. 세 번째 유형이 신사업으로 등장하면, 앞선 두 유형의 사업은 수명을 다한다. 사람들은 목적에만 관심이 있을 뿐, 수단으로서의 기술은 언제나 '필요낭비'이기 때문이다. 냅스터와 소리바다의 사례가 여기서 등장한다. 그것들이 사라진 건 불법이어서가 아니라, 더 이상 편리하지 않아서였다. 엄중한 법 집행이나 도덕적 자각이 아니라, 불편함이 공짜의 가치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이 프레임은 비즈니스를 볼 때 굉장히 강력한 렌즈가 된다. 지금 내가 만들고 있는 것, 혹은 속해 있는 조직이 제공하는 것이 '기능'인가 '목적'인가를 물어보는 순간,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기능들이 사실은 고객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목적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고객에게 '필요낭비'를 팔고 있는 건 아닐까?
혁신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퍼뜨리는 것이다
저자는 혁신에 대해 아주 명쾌한 정의를 내린다. "대단한 것을 만들었다고 저절로 혁신이 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비전을 가지고 담대하게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 대중들에게 퍼뜨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혁신은 사업이다. 널리 퍼뜨려야 혁신이 된다."
그리고 이것을 '혁신의 세 단계'로 구체화한다. 첫 번째 혁신은 만드는 영역이다. 두 번째 혁신은 알리는 영역이다. 세 번째 혁신은 써보게 하는 영역이다. 알리는 것과 써보게 하는 것, 이 둘에 실패하면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도 혁신이 아니다. 그저 발명일 뿐이다. "끝까지 해야 한다. 마법은 없다."
이 대목에서 에버렛 로저스의 혁신 확산 이론이 등장한다. 이노베이터(2.5%), 얼리어답터(13.5%), 초기 다수층(34%), 후기 다수층(34%), 지각 수용자층(16%). 저자는 캐즘을 넘어야 혁신이 완성된다고 말한다. 신기한 걸 만드는 게 혁신이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삶을 바꾸어야 혁신이라는 것.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소수가 아니라, 변화를 싫어하는 대중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
이 관점은 단순히 사업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조직 내의 변화 관리, 새로운 프로세스의 도입, 팀 문화의 혁신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아이디어가 조직 안에서 퍼져나가게 하는 것이 진짜 일이다.
사람은 설득되지 않는다
"설득이란 내가 말을 바꿔서 상대로부터 밥을 얻어먹는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먼저 바꿔야 하는 건 상대가 아닌 나 자신이다. 스스로 기꺼이 바뀌겠다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설득은 시작된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뭔가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설득을 '나의 논리로 상대를 바꾸는 것'으로 이해해왔다. 더 좋은 논리를 준비하고, 더 설득력 있는 자료를 만들고,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는 반대로 말한다. 설득의 출발점은 내가 무엇을 내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사람의 마음은 합리적이지 않다. 이성적이지도 않다. 출발에 따라 판단 기준은 달라진다. 그래서 진짜 고수는 판단의 무대를 설계한다. 고객이 무엇을 먼저 접하고, 어떤 흐름으로 받아들일지 미리 계산한다. 중요한 것은 고객이 스스로 선택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그 감정이 곧 신뢰가 된다.
이 통찰은 비단 영업이나 협상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회의에서 의견을 관철시키려 할 때도, 팀원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때도, 심지어 가족과 대화할 때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상대를 바꾸려 하기 전에, 내가 먼저 무언가를 내어놓을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One to Million: 검증된 것을 더 잘 실행하는 용기
저자가 소개하는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박 대표는 처음부터 명확한 기준을 세웠다. '3개월 안에 매출 1억을 만들 수 있는 사업만 하자.' 그리고 그 기준에 맞는 방법은 이미 나와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검증된 모델을 국내에서 실행하는 것. 패스트파이브는 위워크(WeWork)의 모델을 철저하게 따라 했다. 룸 사이즈, 가구 배치, 복도 폭까지. 어설픈 차별화는 오히려 해가 된다는 판단 아래.
저자는 이것을 'One to Million'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한다. Zero to One, 즉 세상에 없는 것을 최초로 만드는 창조의 영역만이 빛난다고 생각했던 나의 편견이 여기서 깨졌다. 이미 검증된 모델을 더 정교하게 실행하고,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빠르게 확산시키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고 실력이다. 무엇이 옳은지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집중하는 것. 그것이 진짜 전략이다.
이 챕터를 읽으면서 나는 계속 나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지금 Zero to One을 추구하고 싶은가, 아니면 One to Million을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내가 Zero to One을 꿈꾸는 건 혁신에 대한 진정한 열망 때문인가, 아니면 그것이 더 '멋있어 보이기' 때문인가?
니즈는 변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저자는 고객의 니즈를 이야기할 때 중요한 구분을 제시한다. 변하는 니즈와 변하지 않는 니즈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지금도 초심(Day 1)을 강조한다. 아마존 본사 건물 이름조차 데이원(Day 1)이다. 아마존은 첫날부터 주주들에게 '고객 집착'이라는 장기적인 비전을 일관되게 말해 왔다. 성급하게 이익을 내려 하지 않고, 고객의 변하지 않는 니즈에 집착하여 성공의 속도를 조절해왔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은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숫자로 증명했다.
반면 저자는 커피의 사례를 통해 변하는 니즈가 어떻게 연쇄적으로 사업을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원두가 사업이 되고, 수동 그라인더와 주전자가 사업이 되며, 자동 그라인더가 사업이 된다. 그 다음엔 자동 드립커피머신이, 그리고 네스프레소 머신과 캡슐이 사업이 된다. 이 모든 게 귀찮으면 카누 한 봉을 털어 넣으면 된다. 사람의 니즈는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 바로 전의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니즈가 더 크게 느껴지면서 하나씩 순차적으로 온다.
이 두 가지 관점을 함께 갖는 것이 중요하다. 변하지 않는 니즈를 길목에서 기다리는 동시에, 변하는 니즈의 흐름을 따라가며 사업의 기회를 포착하는 것. 급변하는 세상을 쫓으면 늘 한 발 늦는다. 불변의 니즈를 찾고 길목에서 기다려야 이길 수 있다.
고객의 관성을 이겨라
"삼성의 진짜 상대는 애플페이가 아니었다. 익숙한 카드와 현금, 뿌리 깊은 '고객의 관성'이었다."
이 문장이 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간과하는 것이 바로 고객의 관성이다. 기술도 뛰어났고 사용자 경험도 훌륭했지만, 고객은 그 정도로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부담하려 하지 않았다. 얼마나 좋은 것을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고객이 지금 가지고 있는 익숙함을 얼마나 강하게 대체할 수 있느냐가 진짜 싸움이다.
저자는 이것을 냉정하게 정리한다. 당장 고객의 관성을 이길 수 있는 상대 가치를 주거나, 언젠가는 이길 수밖에 없는 절대 가치를 만들고 끝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 혁신의 속도는 항상 기대보다 더디다. 그 변화가 대중의 일상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버티는 힘이 중요하다.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 때,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할 상대는 경쟁사가 아니라 고객의 관성이다. 이 문장은 앞으로 내가 어떤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마다 꺼내 볼 것 같다.
가상의 임기를 세우는 것의 힘
저자는 글로비스에 재직하던 시절, 스스로에게 '가상의 임기'를 설정했다고 말한다. 내 임기 내에 성과를 내야 할 영역과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영역을 구분하자, 목표가 선명해졌다. 따라서 성공의 기준도 명확해졌다. 그리고 정확히 3년 후, 그는 글로비스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미리 가상의 임기를 생각해두었던 것이 그 상황을 의연하게 받아들이게 했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이 개념이 신선하게 다가온 이유는, 대부분의 직장인이 '언제까지 이 회사에 다닐 것인가'를 막연하게 생각하거나 아예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마감이 없으면 목표도 흐려진다. 마감 시간을 정하면 목표가 선명해지고 성공 기준이 명확해진다. 실행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이것은 단순한 커리어 관리 팁이 아니라, 일을 대하는 철학에 가깝다.
지금 어떤 조직에 속해 있든, '나는 이 자리에서 3년 안에 무엇을 해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질문이 오늘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나누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리더는 성과로 말한다
저자는 리더십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피터 드러커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한다. "효과적인 리더십은 연설을 잘하거나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은 속성이 아닌 결과로 정의된다."
저자가 정리하는 리더의 세 가지 역할이 있다. 첫째, 원대한 비전을 세우고 소통해야 한다. 둘째, 자신보다 뛰어난 팀을 꾸려야 한다. 셋째, 멤버 스스로 동기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보상은 '성취감'이고, 개인이 느끼는 최고의 보상은 '성장감'이다. 중요한 일에 기여하고 있다는 느낌, 그 일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 리더는 그 느낌을 만들어줘야 한다.
사이먼 시넥의 말도 인용된다. "리더십이란 그전엔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해낼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저자는 멤버들에게 '해도 된다'라고 말해주는 것,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해야 진짜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것이 리더가 할 일이다.
이 챕터에서 특히 울림이 컸던 건 이 문장이다. "최고의 리더는 멤버들이 더 큰 꿈을 꾸게 하고, 더 간절히 바라게 만드는 사람이다. 나아가 멤버들과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이다." 뜨거운 눈물은 실패의 잔재가 아니라 간절함의 증표다. 더 이상 울지 않는 건 강해져서가 아니라 무뎌졌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꿈을 되살리는 것이 리더다.
환경으로 강제하라
이 책의 후반부, '인생' 챕터에서 저자는 습관과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중 가장 실용적인 통찰이 '환경으로 강제하라'이다.
"우리는 늘 결심하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작심삼일은 전 인류의 고질병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스스로를 강제하는 것이다. 마음가짐의 변화든, 행동의 변화든, 내 의지를 최대한 덜 써도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 문장은 행동경제학의 넛지(Nudge) 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의지력에 기대는 것은 가장 비효율적인 변화의 방법이다. 의지력은 유한하고, 환경은 강력하다. 아침에 운동을 하고 싶다면 전날 밤 운동복을 침대 옆에 꺼내두는 것처럼, 변화를 원한다면 그 변화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저자는 '익숙함의 밖으로 나가라'는 주제에서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규칙적인 루틴은 성실한 삶을 만들지만, 그 루틴이 너무 완벽하게 효율화되면 치명적인 단점이 생긴다. 바로 기억할 만한 하루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은 대부분 익숙함의 밖에서 온다. 행운도 마찬가지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지루함을 견디며 실력을 쌓아라. 그리고 기회를 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라. 운은 의외의 순간에 갑자기 온다.
이 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 책은 일을 잘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아니다. 일을 대하는 습관, 지시를 해석하는 태도, 성과를 바라보는 관점, 책임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것은 특정 기업이나 특정 직급에 국한되지 않는다.
커리어의 초반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만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 가는 데 이 책이 나침반이 될 것이다. 커리어의 중후반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동안 자신이 일을 대해 온 방식을 돌아보는 거울이 될 것이다.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팀원들에게 어떤 리더가 되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게 하는 질문지가 될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오랜 대기업 생활을 통해 깨달은 것을 이렇게 정리한다. 큰 회사는 생각보다 튼튼하다. 비효율과 불합리를 안고도 항공모함처럼 우직하게 성장해 왔다. 하지만 우리 개인은 다르다. 회사는 일정 규모의 불합리와 비효율이 용인되지만,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내는 우리에게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회사와 인생을 동일시하지 말 것. 오롯이 자신의 하루에 집중해서 즐겁게 지내고, 가끔 돌아볼 때 시간이 아깝지 않은 삶이 되기를. 그런 하루의 궤적이 인생이 되고,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 된다고.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저자의 솔직함에 있다. 성공담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질문들을 가지고 일해 왔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 질문들이 독자인 나에게도 전해져서,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한참 동안 스스로에게 계속 물음을 던지게 만든다.
당신은 지금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가? 그 방식이 진짜 '나'의 것인가? 어디에서 일했는가보다, 어떻게 일했는가가 지금의 나를 만든다. 그리고 지금 어떻게 일하느냐가 앞으로의 나를 만들 것이다.
이 책은 그 질문을 던지는 데 가장 좋은 길동무가 되어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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