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힘으로 세상을 기획하는 사람들에게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말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

"결국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누군가의 말이었다." 김도영 저자의 『기획의 말들』은 이 한 문장으로 시작해서, 말의 힘을 믿는 한 기획자의 진솔한 고백으로 끝난다. 네이버에서 브랜드 기획자로 일하는 저자가 오랜 시간 수집해온 25개의 말들을 통해, 우리는 단순한 업무 노하우를 넘어선 삶의 철학과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말'을 대하는 태도였다. 그에게 말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매개체다. "말이 다일 수는 없지만 말에서부터 출발해 실제 모습을 갖추게 된 것들"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모든 기획의 출발점에 '말'이 있다고 믿는다.

기획자라는 직업을 넘어선 보편적 가치

책의 제목에 '기획'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지만,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기획자라는 특정 직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싶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한다. 저자 역시 에필로그에서 "디자인의 말들, 영업의 말들, 개발의 말들, 편집의 말들이 될 수도 있고 나아가 이끄는 말들, 가르침의 말들, 도전의 말들, 성장의 말들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며, 이 책의 확장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로 책에 담긴 25개의 이야기들은 각각 다른 상황과 맥락에서 나온 말들이지만, 공통적으로 '성장'과 '변화'라는 키워드로 수렴된다. "3년, +3년이 지금의 나야"라는 말에서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취소선이 아니라 '과정선'이라고 불러야겠어"라는 표현에서는 실패와 시행착오를 바라보는 건강한 시각을 발견할 수 있다.

일과 삶의 경계를 허무는 통합적 사고

이 책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일과 삶을 인위적으로 분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가 수집한 말들은 회의실에서 나온 것만이 아니라, 친구와의 농담 속에서,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에서, 식당에서 셰프와 나눈 대화에서도 나왔다. 이러한 접근법은 우리의 성장이 특정한 장소나 상황에 국한되지 않으며, 일상의 모든 순간이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처럼 뭔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사람들은 공전과 자전을 함께 느끼며 살아야 돼요"라는 상사의 조언은 이러한 통합적 사고를 잘 보여주는 예시다.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면서도 동시에 자신만의 독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 말은, 현대 직장인들이 직면한 딜레마를 명확히 짚어낸다.

언어에 대한 책임감과 세심함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언어 사용에 대해 갖고 있는 책임감이다. "기획하는 사람은 단어 뒤에 숨어선 안 돼"라는 메시지를 통해, 그는 말과 글이 갖는 파급력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획자의 무심코 사용한 단어 하나가 디자이너, 개발자, 세일즈 담당자들에게 혼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은,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는 단순히 직장 내 소통 문제를 넘어서,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언어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그럼 이제 그 진심이 보이도록 만드세요"라는 조언처럼, 진심을 담은 내용을 적절한 '포장'으로 전달하는 것 역시 소통의 중요한 부분임을 인식하게 된다.

성장을 위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언들

이론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저자는 실제 업무와 삶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들을 제시한다. "머릿속에 없는 건 현실에도 없다"는 말을 통해서는 체계적인 정리와 정돈의 중요성을, "저는 사용자들의 표정이 보고 싶거든요"라는 표현을 통해서는 타인의 반응을 섬세하게 관찰하는 습관의 가치를 전달한다. 특히 "발전과 진화는 '쪼개짐'으로부터"라는 챕터에서 제시하는 해체와 분석의 중요성은 매우 실용적이다.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다시 종합하는 능력은 기획자뿐만 아니라 모든 지식 노동자들에게 필수적인 역량이다.

개인의 브랜딩과 정체성에 대한 성찰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관심사는 개인의 성장과 정체성 확립으로 향한다. "사라지지 않을 단어들로 나를 표현한다면"이라는 제목의 챕터에서는 자신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정립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룬다. 이는 단순한 자기계발 담론을 넘어서, 개인이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나도 내 직업 세계에 작은 선 하나쯤은 그을 수 있는 거지"라는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응축한다. 거대한 변화를 꿈꾸기보다는, 자신이 속한 영역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가겠다는 겸손하면서도 확고한 의지가 느껴진다.

감정과 이성의 균형

저자는 감정을 배제한 차가운 분석보다는, 감정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는 균형 잡힌 접근을 추구한다. "감정이란 것도 빨아 써야 하더라고요"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감정을 소모적인 것으로 보지 않고 창작과 기획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관점은 현대 직장 문화에서 종종 간과되는 부분이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감정적 측면이 무시되곤 하는데, 저자는 오히려 이 감정적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 서로 '프라이언트'가 되어볼까?"라는 친근한 제안에서도 딱딱한 업무 관계를 넘어선 인간적 유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한 철학

무엇보다 이 책이 돋보이는 지점은 단기간의 성과나 즉각적인 결과보다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잘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사람들로부터 배운다"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실력뿐만 아니라 인품을 겸비한 멘토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디폴트값을 알아야 제대로 된 회고를 하지"라는 조언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기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진정한 변화와 성장을 측정할 수 있다는 통찰은, 자기계발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피상적인 조언들과는 차별화된다.

책의 구성과 가독성

책은 5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파트마다 5개씩의 짧은 글들이 담겨 있다.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 말들',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말들', '나를 나답게 해주는 말들', '작은 기준을 세우는 말들',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말들'이라는 파트 제목들만 봐도 이 책이 추구하는 방향성을 명확히 알 수 있다. 각 글의 길이가 적당해서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하나하나가 완결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어느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저자의 문체는 친근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마치 믿을 만한 선배와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시대에 필요한 메시지

『기획의 말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꼭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AI와 자동화가 발달하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인간적인 소통'과 '감정이 담긴 기획'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재미로 하는 일에도 체계가 있으면 좋습니다"라는 말처럼, 저자는 열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열정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실천으로 이어져야 할 독서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읽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신만의 '말들'을 수집하고 기록하는 실천으로 이어질 때 발현된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제안하는 것처럼, 독자들 각자가 자신의 일과 삶에서 만나는 의미 있는 말들을 기록해나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책이 추구하는 선순환의 시작이 될 것이다. "지금 누군가는 여러분의 그 말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죠"라는 저자의 마지막 당부는, 우리 모두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창조자이자 기여자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결론: 말의 힘을 믿는 모든 이들에게

『기획의 말들』은 기획자를 위한 실용서이면서 동시에 언어의 힘을 믿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철학서다. 저자 김도영이 오랜 시간 공들여 수집한 25개의 말들은 각각 하나의 작은 등불과 같아서, 우리가 일과 삶에서 마주하는 어둠의 순간들을 밝혀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에서 스쳐 지나갔을 말들에 더욱 주의 깊게 귀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그 말들이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우리를 성장시키고 변화시킬 수 있는 소중한 자원임을 인식하게 된다. 현재 자신의 일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 특히 무언가를 기획하고 창조하는 일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단순한 노하우가 아닌, 삶의 태도와 철학을 바꿀 수 있는 통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